불리할 때는 일단 도망치는 것도 상책이다
주(走), 이것은 최후에 쓸 수 있는 일계(一計)이다.
《남사(南史)》의 「왕경칙전(王敬則傳)」에 이런 말이 있다.
“단공(檀公)에게 서른여섯 가지 계(計)가 있었고 주(走)가 상계(上計)였다.”
이 말의 뜻인즉, 지모백출했던 단공이 시행할 계책이 없었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 도망치는 것을 최고로 여겼다는 것이다. 여기서 도주한다는 의미의 주(走)는 산이 다하고 물이 말랐는데도 눈앞에 버드나무가 우거지고 꽃이 만개한 곳이 있더란 의미이다.
주(走)는 광범하게 운용된 일종의 책략적 사유로 상황에 따라 여러모로 달리 해석된다고 할 수 있다.
회사에서는 밥통을 차버리고 전업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을 것이고, 투자에서는 손절하고 변상을 인정하는 것이며, 전장에서는 전진을 위한 후퇴를 의미할 수도 있고, 정계에서는 망명이나 탈당 또는 업적을 이루고 은퇴하는 것 등을 의미할 수 있을 것이다.
총체적으로 주(走)는 결단을 내릴 때는 과감하게 내리고 청산(靑山)이 남아 있으니 땔나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란 생각을 가지라는 책략이다.
《손자》에는 이런 말도 있다.
“병력이 열세하다면 퇴각해야 하며 승산이 없다면 싸우지 말아야 한다.”
남송의 장군 필재우가 한번은 금의 군사와 대치중에 있었다. 그는 금의 병력이 계속하여 증원되는 것을 보고 형세가 역전될 것이라 판단하여 철군을 결심한다. 야음을 틈타 영(營)을 옮기면서 기치는 그대로 두고 움직임이 없는 것처럼 위장했다. 이와 동시에 많은 양(羊)들의 뒷다리를 묶은 다음 거꾸로 매달고 그 아래에 전고(戰鼓)를 두게 하였다. 양들은 앞발로 있는 힘을 다하여 버둥거리며 전고를 두들겼는데 마치 병사들이 격고(擊鼓)하는 것 같은 효과를 내었다. 금의 병사들은 이 소리를 듣고 송의 군사들이 깡그리 철수한 사실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며칠이 지난 후 전고 소리가 멈추었을 때에야 금의 병사들은 속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미 추격하기에는 늦고 말았다.
필재우의 이런 철군은 훌륭한 ‘주(走)’의 예라 할 수 있다.
1937년 복주 출생으로, 남경대학 중문과를 졸업하고 복건작가협회이사, 문학잡지 《방초지(芳草地)》 주편을 역임했으며, 장편역사소설 《요리(要離)》로 제2회 나관중역사소설창작상 우등상을 받았다.
중·단편소설로 《설백(雪白)의 홍두화(紅豆花)》와《검은 화염》이 있으며, 극(劇)으로 《황화제(黃花祭)》, 《장형(張衡)》과 《소설 삼십육계》 중 《타초경사(打草驚蛇)》, 《차시환혼(借屍還魂)》, 《원교근공(遠交近攻)》, 《주위상(走爲上)》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