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심리 묘사를 통해 영혼을 달래주는 작가 이상은 소설집
소설은 기승전결(起承轉結)의 골격을 특히 중시하는 문학 장르이다. 단순한 이야깃거리를 펼친다고 하여 소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轉)과 결(結)을 통하여 독자의 정서를 뒤흔들 기법을 구사해야 한다.
이런 치밀한 기법에 해당하는 것이 서사 구조의 형상화라 불린다.
서사 구조를 형상화하는 데에 인간의 심리 상태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마음의 흐름을 묘사하는 데에는 각별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심리를 잘 묘사하려면 체험을 쌓거나 관찰적인 식견을 넓혀야 한다.
체험이건 관찰적인 식견이건 작가는 치밀하게 연구하여 전개해야 한다. 치밀한 점이 없으면 금세 독자들이 눈을 돌리게 마련이다.
모든 문학 작품은 언어로 기록되게 마련이다. 심리를 표현하되 언어로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해야 한다.
독자가 글을 읽고 감동하려면 글의 전반에 생동감이 넘쳐야 한다. 글에서 생동감이 빠진 작품은 독자들에게 감흥을 주지 못한다. 글에 생동감을 주려면 작가는 긴장한 자세로 세상을 관찰해야 한다. 세상을 넘나드는 에너지의 이동 경로마저도 투시할 수 있어야 한다. 에너지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19세기 말 러시아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작가인 체호프(Chekhov, Anton Pavlovich)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언어란 인간의 마음을 전하는 신묘한 선율이다. 인간을 감동시키려면 언어의 율동이 살아 있어야 한다.”
러시아를 대표할 만한 문호다운 얘기라고 생각된다. 그만큼 문학이란 구사하는 언어에 의해 빛을 발하게 마련이다. 언어에 율동을 실으려면 거기에는 인간의 심리를 투영시켜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논리적인 구조로 문장에 담아야 한다.
<문학저널>을 통해 등단한 작가 이상은의 소설집인 『타조의 계단』에는 세 편의 중편소설과 한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이들 작품에 대한 공통점은 심리 묘사가 환상적인 수준이라는 점이다. 탁월한 심리 묘사를 통하여 서사 구조를 완성시킨 기량이 놀랍다. 누구나 체험했음직한 이야기들인데도 마음의 물줄기를 극명하게 잘 묘사했다. 등장인물들의 마음이 어떻게 얽혀서 작품을 완성시키는가를 보여주는 쾌작이기도 하다.
작품 네 편의 수준은 다들 고른 편이다. 전문가의 근성이 드러날 정도로 심리 묘사를 잘 다루었다. 단순히 다룬 정도가 아니라 승화의 경지까지 잘 묘사했다. 가족 구성원이 갈라서거나 사망하지만 그 본질을 바라보는 시각은 따뜻하다. 또한 현세를 떠나 종교계에 입문하는 장면도 그렸다. 그 어떤 경우나 인간 사회에서는 있을 수 있는 얘기다. 가능한 얘기를 과장하지 않고 차분한 서사 구조로 잘 표현했다.
소설집『타조의 계단』에 담긴 작가의 성실성이 작품을 빛나게 한다. 읽힌 작품마다 그윽한 잔영이 영혼을 맑게 빗질해 주는 느낌이다. 근래에 드물게 심리에 대한 환상적인 미학을 보여준 작품들이다. 독자들은 물론이요 숱한 작가들에게도 심리 묘사의 진수를 선보이리라 여겨진다. 소설집『타조의 계단』은 높은 문학적 위상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으리라 확신한다. 아울러 작가에게도 왕성한 문운과 끝없는 발전을 기원한다.
- '평론' 중에서
이상은
본명: 이상옥
대전 출생
<문학저널> 소설 부문 등단
독학사 학위 취득(영어영문학)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재학 중
한국소설가협회, 충남소설가협회, 대전중구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