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은 왜 이래? 이 땅에 로맨스가 있기는 한 거야?
워커홀릭이 넘쳐나는 직장에서 살아남는 동시에, 드높은 자존심과 콧대를 유지하면서, 로맨틱한 섹스까지 해내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어느 날 갑자기, 자기 혼자 남자와 자 본 적이 없다는 걸 알아버린 열혈 연예부 기자 이채은의 처녀막 제거 프로젝트!
20대 중반만 돼도 현실에 눈뜨라고 난리법석인 이 세상에서, 29살이 돼서야 로맨틱한 첫날밤을 치르겠다고 굳게 다짐한 한 여자가 있다.
물론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일단 완벽한 남자가 없다. 아니, 멀쩡한 남자도 없다.
뼈를 깎아내는 고통으로 눈을 낮춘다고 치자. 그래봤자 2분 만에 숨 몰아쉬며 황홀감을 느끼는 에로 영화의 한 장면은 없다. 첫 경험은 그저 황당하고 어이없고 짜증나고 화가 날 뿐이다!
이제 대책 없는 로맨티시즘은 집어치워야 할 때. 이제 드라마도 영화도 소설도 좀 솔직해지자.
이채린
어려서부터 멜로드라마에 흠뻑 빠져, 첫눈에 온 세상이 뒤집히는 격렬한 사랑을 꿈꾸며 자랐다. 그러나 그 뽀송뽀송하고 꿈 많던 대학시절, 일주일에 다섯 번씩 소개팅과 미팅, 번개팅을 해치우면서 내린 결론은 ‘이 땅에 드라마는 없다’는 것. 한류 드라마 속 주인공은 모두 허깨비에 불과했다. 그리고 2005년, 까칠한 가수와 악랄한 댓글에 맞서 싸우는 일간지 연예부 기자가 되어 불철주야 뛰어왔다. 9년 가까이 혼자 살면서 싱글 여성의 희로애락은 전면 마스터한 상태. 딱히 워커홀릭이 아닌데도, 워커홀릭인 척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직업전선에서 사랑과 일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고민, 또 고민이다.
직장생활이 빡세고 고될수록, 말랑말랑한 로맨스와 순정을 동경하게 되는 아이러니. 비슷한 처지의 여성들을 다수 목격하고, 그들의 좌충우돌 연애담에 박장대소하면서 첫 번째 소설 『첫날밤엔 리허설이 없다』를 썼다. 이 척박한 땅에도 로맨스는 오는가. 여성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진짜 현실에 돋보기를 거침없이 갖다 대고 싶었다. 아직도 낭만을 꿈꾸는 ‘처녀’들을 위하여.